언제부터 인테리어를 준비할까?
나는 집을 매매하기 전부터라고 늘 말하고 다닌다. 임장을 다니고 있고, 집을 매매할 계획이 있다면 미리 알아봐야 한다.
집을 사기도 전인데 어떻게 준비하라는 거지?
아파트라는 공간은 정말 크게 다르지 않다. 구축이건 투베이건 쓰리베이건 타워형이건 판상형이건 아파트라는 구조에서 나올 수 있는 건 한계가 있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다 뜯어내고 공사하지 않는 이상 이미 인테리어를 한 집들을 위주로 찾아본다면 큰 부분들은 다 정할 수 있다.
처음에는 '구조 변경도 하고, 화장실은 호텔식으로 하고, 주방은 대면형으로 해야지' 했더라도 이것도 미리 알아봐야지 공간은 얼마나 필요한 건지 돈이 얼마나 드는 작업인 건지, 내가 임장 다니고 있는 이 집에서는 가능한 건지를 미리 알 수가 있다. 또한 내가 본 아파트가 구축 아파트라면 사람들이 구축을 사서 생긴 이슈들을 미리 알 수 있어 임장 시에도 그 점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럼 어떤 거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거창한 시작이 필요가 없다. 첫 시작은 눈팅이다. 가장 먼저 네이버의 셀프 인테리어 카페에 가입한다. 흔히 '셀인'이라고 부른다.
등업이 필요하다면 등업 요건을 찾아 진행하고, [성실 회원] 탭에 [공사 후 좀 살아보니...] 탭을 정독해 보자.
그럼 사람들이 인테리어를 한 후기와 후회들, 자랑들이 정말 많이 있다. 그 글들을 읽다 보면 '어? 이런 거 좋은데, 나도 해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며 그것들을 [구글 스프레트 시트]나 [구글 슬라이드]로 정리해 놓으면 좋다.
Q. 왜 구글 스프레트 시트나 구글 슬라이드로 정리할까?
A. 노션도 좋고 메모 어플도 좋지만 나중에 업체와 공유할 때 편해서이다. 견적을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내가 정한 것들을 동일하게 모든 업체마다 견적 요청을 해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정의하지 않고 견적을 요청하게 되면 비교하기 애매한 견적서만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노션도 공유하기 좋긴 하지만 의외로 인테리어 업자분들이 노션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글이 가장 무난하다.
그다음 유튜브로 무아공간이나 로그디자인, 디프로그 같은 채널을 구독해서 보면서 하이엔드 인테리어도 구경하고, 거기서 나오는 치수나 인테리어 센스를 봐두면 도움이 된다.
이렇게 2-3주 한 뒤에 오늘의 집이나 핀터레스트 같은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찾고 또 정리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벽지는 어떤 느낌인지, 색상 톤은 무엇인지, 마루는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된다. 또 그것들을 정리하면 된다.
세상에 장점만 있는 자재와 인테리어는 없다.
분명 좋은 게 있다면 나쁜 게 있고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것들을 잘 찾아보고 균형 있게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무언가를 좋다고 찾고 정리했다면 반대로 그 자재나 인테리어를 하고 후회한 사람은 없는지도 꼭 찾아보자.
그럼 나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을건지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집 계약, 그 이후 여러 업체에 인테리어 견적 받기
이렇게 인테리어와 임장을 병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테고 계약을 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할 것들은 내가 계약한 집에 내가 생각했던 인테리어를 생각으로 계속 적용해 보고 시물레이션 해보며, 추가할 것과 덜어낼 것들을 정하는 것이다.
예산도 분명 있을 테고, 예를 들면 내가 매매한 집의 화장실 컨디션이 좋다면 화장실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 더 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어디를 인테리어를 하고 어디를 안 할 것이며, 인테리어 업체와 견적을 받을 때 어떻게 받을지를 알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안 거치게 되면, 보통 집 주변 인테리어 업체나 한샘, 리바트 같은 대기업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간 후, 자재도 제대로 모르면서 견적을 받고 느낌 좋고 잘 통하는 사람이 있는 업체와 느낌으로 계약하게 되어 있다. 인테리어는 감성이 한 스푼 들어가는 건 맞지만, 그전에 큰돈이 들어간다.
반대로 생각을 해보자. 지금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있었던 고객이 있었고, 디자인 미팅을 하며 막바지에 이르렀다면 그 사람한테 더 힘을 쏟고 소통을 하는 게 맞지, 견적 받으러 온 사람에게 온 힘을 쏟으며 소통을 잘할 수 있는지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소통이 아이 안 되는 사람들과 계약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돈이 들어가는 작업이고 많은 시간도 투자하는 부분이다. 객관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고 잘 정리했다면 동일한 기준으로 여러 업체에 견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비교"를 할 수가 있다. 기준 없이 주소지와 평면도만 가지고 인테리어 업체에 찾아가 여러 군데 견적을 받으면 솔직히 비교할 수 없는 견적만 받고 느낌 좋은 사람과 계약하는 것일 뿐이다.
나 같은 경우 업체에 견적을 요청할 때나 미팅 전에 미리 정리해 놓은 구글 슬라이드로 72장 분량의 PPT를 전달드렸다. 이렇게 하니 업체에서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그에 맞는 견적을 주었다. 이렇게 견적을 받고 나니 공사 비용도 명확하게 비교가 되고, 인테리어 자재에 대한 단가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같은 자재로 같은 견적을 주기 때문인데, 견적서를 여러 개 받다 보면 같은 금액으로 계속 겹쳐서 오게 된다.
아하~ 디아망 벽지는 평당 이 금액이구나, 구정마루의 00 모델은 평당 얼마구나!
아파트 매매 전부터 미리 인테리어를 정리하면 좋은 점
좋은 점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임장을 다닐 때, 그 집의 현재 상태가 아니라 내가 일부 수리하거나 전체 인테리어를 했을 때를 자꾸 그려보게 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집을 살 때 가장 잘못하는 게 현재 상태만 보고 덜컥 집을 판단하는 거이기 때문이다. 입지가 훨씬 좋은 집이지만 지금 낡다고, 너무 더럽다고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후 모습을 머릿속으로 계속 그려볼 수 있다면 현재의 안 좋은 바꾸면 되기 때문에 좀 더 부동산으로서의 가치에 집중에서 집을 볼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 인테리어 비용을 처음부터 아파트 매매와 함께 고려할 수 있다. 인테리어 비용을 나중에 고려하게 되면 정말 여유 있게 집을 산 게 아니라면 돈이 모자를 수밖에 없고 돈에 쫓기게 된다. 물론 인테리어 비용 때문에 매매하는 집의 가격을 낮추진 않겠지만 적어도 얼마가 남고 얼마를 더 모을지에 대한 판단을 빠르게 할 수 있다.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돈이 움직여야 안 그래도 큰돈이 나가고 생각할 게 많은데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받을 수 있게 된다.
인테리어 견적 받는 법
인테리어 견적은 최대한 여러 업체에 받는 걸 추천한다. 말이 잘 통한다고 무작정 결정하지 말자.
- 오늘의 집 - 오늘의 집을 통해 시공 업체도 확인해 보고 내가 원하는 업체에 직접 문의해도 된다. 또는 간편 매칭을 업체랑 컨택하는 방법도 있다. 사용도 쉽고 오늘의 집에서 후기도 확인해 보고 시공 사례도 볼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 유튜브 - 유튜브에 나오는 인테리어 업체랑 컨텍해 보는 것이다. 대부분 영상 본문에 견적을 요청할 수 있는 연락망(?)을 써놓는다. 다만 대부분 하이엔드 업체가 많아 돈이 여유가 된다면 추천한다. 견적 받고 마음만 아픈 기억이 많다. (억 단위가 우습다 ㅠㅠ)
- 집 주변 인테리어 업체 직접 검색 - 집 주변 인테리어 업체를 직접 검색하는 방법도 있다. 네이버 지도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수드륵하게 나온다. 대부분 같은 아파트를 시공한 경험이 있어 노하우나 시공 사례가 많으나 인터넷에 안 나타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오늘의 집에 해당 업체를 검색해 보거나 블로그를 운영하는지 따로 찾아봐서 사례를 찾아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업체라면 일단 나의 경우 연락하지 않았다.
- 소개 - 주변 지인에게 소개받는 방법도 있다. 좋은 방법이지만 지인이랑 잘 맞는 업체가 나에게 꼭 잘 맞는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주변에서 지인에게 소개받아 인테리어를 한 지인이 있는데, 크게 결과물이 만족스럽진 못했던 경우도 봤다. 지인이 잘 했다고 무조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보단 내가 잘 판단해서 해야한다.
무엇을 정리해야 할까
이것은 정해진 틀은 없다. 나의 경우 인테리어 유튜브를 통해 각 자재들의 느낌과 톤을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인테리어 톤과 자재를 골랐다. 도기나 타일까지 고를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느낌으로 할 건지 무슨 자재를 할건지 정도를 미리 정했다.
나의 경우 집 매수 전에 도배, 마루, 타일 크기, 타일 스타일, 집의 톤, 꼭 인테리어시 하고 싶은 부분, 주방 자재 등을 미리 정해 놓았다. 그리고 매수 후 도면을 보며, 구조 변경하고 싶은 부분들과 디테일한 부분들을 추가로 정리했다. 또한 매수한 아파트의 매도자 분이 집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어, 현장 사진도 첨부하여 같이 보여드렸다.
Q. 현장 사진을 첨부하면 좋나요?
A. 네, 같은 아파트를 시공해봤더라도 현장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첨부하면 좋다. 예를들어 중간에 인테리어를 한 집일수도 있고 아파트 분양시 옵션을 더 추가했을 수도 있다. 확장 여부나 단내림 여부 등도 미리 파악도 가능하며 철거 비용도 현재의 자재를 기준으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 실측 전이라도 더 정확한 견적을 받을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내가 잘 정리만 해놓는다면 견적을 받고 비교하는 건 쉬워진다. 그니깐 앞선 과정에 집중하여 집을 매수하기 전에 임장과 동시에 인테리어도 같이 정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부부라면 부부 모두가 할 필요도 없다. 관심 있는 사람이 더 노력하면 된다.
뭐든 아무것도 안 하지만 않는다면 되는 것이다. 인테리어를 할거라면 매수 이후로 미루지만 말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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