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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후기/자동차

나이 31, 첫 차 구매까지 과정

왕배 마마 파파 2024. 9. 2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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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3년쯤에 운전면허를 땄다.

군대 가기 전에 따놨으며 다들 운전면허를 따는 분위기라 같이 땄었던 거 같다.

어차피 차들이 그때 대부분 자동으로 나온다고 해서 2종 보통을 따려고 했으나 겉보기에 운전이 쉬워 보여 1종 보통으로 땄다.

필기야 한 번에 붙었지만 도로 주행은 한번 떨어지고 두 번째에 붙었다. 

턱걸이로 붙었으나 어차피 차도 없었고 군대도 가야 해서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군 제대 이후에도 운전은 단 한 번도 안 했었다. 할 일도 없었고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그리고 작년이 되었다. 2023년이었고 운전면허를 딴지 10년 되었기 때문에 운전면허 갱신 알림 메시지가 왔던 것이다. 

음... 가끔 신분증 대용으로 쓰던 운전면허증을 갱신을 할까 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 따면 돈도 들고 너무 귀찮아지기 때문에 갱신은 해야지." 싶었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서 운전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이 30이 넘었는데 아직 차도 없고 운전도 전혀 못하는 것이 괜찮은 것일까 생각도 들었다. 

생각해 보니, 항상 버스를 기다렸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 무겁고 그것을 가지고 집가지 오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쿠팡만 이용했고, 주말에는 역 근처에 있는 카페 밖에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참에 차도 사고 운전 연습도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차에 대한 공부

나는 일단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공부부터 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차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가장 쉬운 것은 당연 유튜브였다. 

유명한 자동차 유튜브들을 구독하고 차에 대한 리뷰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르는 용어 투성이었지만 내 차를 갖겠다는 생각을 갖고 보니깐 흥미도 생기고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그다음에 한 것은 커뮤니티를 가입한 것이다.

관심이 가는 차종의 네이버 카페를 가입하고 겟차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차주들의 후기를 찾아보고 차량 운용 방법을 배웠다. 

6개월 정도를 차에 빠져 유튜브 영상들을 엄청나게 본 거 같다.

외제차부터 국산차까지 6개월 정도를 계속 보니깐 외제차가 최고다라는 고정관념도 사라지고 밖에 돌아다니는 차들이 얼마나 비싸고 갖기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자동차 전시장 방문

6개월 찾아봤으면 나는 내 차를 사기 위한 공부는 어느 정도 다되었다고 판단했다. 차를 가지고 장사를 할 것도 아니고 여러 차를 리뷰를 할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 세상에서 나와 실제로 차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동차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관심 있는 차를 모두 타봤다. 벤츠, 볼보, BMW, 현대, 기아, 제네시스, 미니 등.

참고로 시승은 안 해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10년 동안 운전을 아직까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다른 것들을 집중해서 봤다.

이 차의 옵션은 뭐가 들어갔는지 뭐가 없는지, 다른 차와의 차이는 무엇인지. 가죽의 질감은 어떤지, 센터 콘솔의 가시성은 좋은지, 어떤 편의 기능이 더 들어가 있는지, 차량의 공간감은 어떤지를 보았다. 

 

물론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 봐야 알지, 주행이 제일 중요하지라고 했지만 내가 그런 이야기를 안 들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1. 운전을 해본 사람이 차이를 안다. 하지만 난 안 해봤기 때문에 어차피 모른다.
  2. 수많은 전문가들의 과거와 현재 리뷰를 봤을 때 이미 차는 꽤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
  3. 싸고 좋은 집이 없든 싸고 완벽한 차는 없다. 괜히 보태보태 병이 생겨 아반떼를 보러 갔다가 그랜저를 사는 것이 아니다.
  4. 같은 가격대의 차는 차이 날 정도로 우월한 주행감의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5. 나는 SUV를 가지고 싶었고 주행감이 아무리 좋더라도 승용차를 살 의향은 없었다. 같은 SUV를 가지고 같은 가격대에서 비교하면 사람들이 말하는 비교 자체가 성립을 안 했다. 예를 들어 나는 코나를 생각했지만 중고 bmw 3시리즈를 추천하는 사람. 
  6. 그렇게 나한테 차를 추천해 주는 사람치고 차를 여러 대 타본 사람은 없다. 고작해야 휴가 가서 렌터카를 타본 사람, 4, 5년에 한 번 정도 차를 바꿔 이제 3, 4번째 차를 가져본 사람. 

위와 같은 이유들로 전시장에 가서 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차를 선택하게 되었다.

현대 싼타페 MX5 (5인승)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차는 싼타페이다. 싼타페는 내가 차를 보러 다닐 시기에 딱 맞춰 나온 최신의 차였다.

차가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들어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더 가서 본 유일한 차였다.

차량 색상도 너무 궁금해서 다른 현대 자동차 전시장을 더 돌아다녀 보며 모든 색상을 확인했었다. 정말 지금 와서도 다시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었다.

 

일단 가장 좋았던 것은 차의 공간감이었다. 

나는 운전자이다. 운전자는 기본적으로 차를 운용한다면 차량 내부에 머무는 시간이 외부를 보고 있는 시간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근데 차에 시승하러 타봤을 때의 공간감이 다른 차들과는 달랐다.

넓고 쾌적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차였다. 1열 공간도 널찍하고 2 열도 정말 넓었다. 이때 당시에는 아이도 없었고 여자친구도 없어서 혼자탈 예정이었지만 그런 거랑은 상관없이 정말 쾌적해서 좋았다. 뒷자리에 누가 타도 미안하지 않았고 작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 좋았다.

그리고 트렁크 또한 내가 본 차 중에 가장 넓었던 거 같다. 직사각형 모양이라 더 넓고 커 보였다. 내 차를 운용해 본 적은 없지만 부모님 차를 타던 기억을 떠올려봐도 이 차만큼 넓고 쾌적하진 않았던 거 같다.

 

두 번째로 좋았던 것은 디자인이다.

직사각형의 유니크한 디자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현대차인 만큼 현대차의 눈을 가지고 있는 헤드램프도 매력적이었고 보통 차들이 둥근 것에 비해 각진 차에서 차오는 매력이 좋았다. 뒷모습도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했지만, 일단 나는 뒷모습이 이상하다고 별로 못 느꼈고 뒤를 볼 일도 없어서 신경을 크게 안 썼던 거 같다.

 

세 번째로 좋았던 것은 가격이다.

가격이 착했다. 물론 절대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 눈에 괜찮은 SUV들은 가격이 7천이 넘어갔었는데 싼타페는 그 차들과 동일하거나 더 나은 공간감을 나에게 줬는데 풀옵션을 해도 5천이었다. 아무리 차가 좋아도 가격이 비싸면 아무 소용이 없었는데 싼타페는 가격까지 착해서 고민의 여지를 남기지 않게 해 줬다.

 

마지막으로 이 차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옵션이다.

가장 최신의 차이기도 하면서도 현대차의 나름 상위 모델이라 옵션을 모두 넣어줬다. 

LED 헤드램프, 선루프, 윈드실드 HUD, 크루즈 컨트롤, 차로유지 보조, 충돌 회피 보조, boss 오디오, 와이드 디스플레이,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앞 좌석 무석 충전 2개, 전후방 감지센서, 전후방 카메라, 어라운드 뷰, 오토홀드, 디지털 룸미러, 열선 스티어링 휠, 전동 트렁크, 뒷자리 창문 블라인드, 차음 유리창, 원격 제어, 나파 가죽, 통풍 시트, 안마 시트, 2열 열선까지 사실 없는 게 없는 차였다.

특히 안전 관련 사양들도 대부분 들어가 있어 운전을 해본 적 없는 나에게는 제격의 차였다. 옵션 때문에 현대, 기아 차를 산다는데 이때 확 느꼈다.


 

싼타페를 점찍어 두고 그 이후에도 여러 자동차 전시장을 돌아다녀보며 찾아봤지만 더 만족스러운 차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고민이라면 "요즘 사람들은 최소 제네시스를 뽑는다고 그러던데, 신형 BMW 520i도 할인받으면 많이 차이가 안 나는데 bmw 마크 한번 다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싼타페도 나에게 과분한데 더 과분한 차들을 계속 찾아보고 보고 있었다.

처음에 아반떼에서 그랜저를 사고 온다는 짤을 보며 비웃었는데 그 모습이 나였던 것이다. 

 

다시 한번 전시장에 가서 싼테페를 보고 나의 첫 번째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을 가졌고 바로 차량 견적을 받은 후 계약하게 되었다. 

운전 한번 안 해봤지만 이 모든 과정이 1년이 안 걸렸고 나는 차를 사버렸던 것이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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